인간이 갖고 있는 자연적인 조건으로는

풀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이름들이 아주 많이 많아진 것입니다.

너무 작아서 우리의 눈이 들여다 볼 수 없는 아주 작은 세상....

예를 들어 봅시다.

강물에서 한 그릇의 물을 떠다 그것을 통에 담는다고 합시다.

그 통에 담은 것을 더 작은 통에 옮겨 담습니다. 옮겨 담은 작은 통의 물을 이번에는 훨씬 더 작은 쟁반에 담습니다. 어느날 그 쟁반의 물이 거의 햇빛에 증발해 버리고 이제는 접시 밑바닥에 아주 작은 한두방울의 물방울만 맺히게 되었다고 가정해봅시다.

그 한방울의 물에서 더 작게 나뉘어진다면 우리의 시력이 도저히 그것을 쫒아갈 수 없을 것입니다. 아무리 시력이 좋은 사람이라 하더라도 말입니다.

하지만 오늘날의 과학은 그 한방울의 물이 절반으로 또 절반으로 그렇게 몇십번을 더 쪼개질 수 있음을 생생히 보여줍니다.

또 있습니다.

우리의 방안을 떠돌아 다니는 먼지, 떡에 핀 곰팡이,우리 몸 속의 아주 작은 세포, 산소와 이산화탄소, 단백질...

그런가하면 너무 커서

우리의 눈이 역시 보지 못하는

큰 세상도 있습니다.

밤에 뜨는 달은

우리의 눈으로

그 형체만 어렴풋이 구별할 수

있을 뿐입니다.

별은 밤 하늘에 겨우 점처럼 찍혀져 보입니다.

또 있습니다.

너무 빨라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너무 오래된 일이라서,

그리고 너무 깊숙히 감추어져 있어서......

우유방울이 떨어져 왕관모양을 그리는

그 순간을 우리의 시력은 쫓아가지 못합니다.

하지만 한 장의 사진은 그 순간을 너무나도

생생히 나타내 주고 있습니다.

목성, 토성, 천왕성, 혜왕성은

태양으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별들입니다.

허블 망원경은 그들의 모습을 비춰줍니다.

박물관에 가보면 조각조각 맞춰진 공룡의 화석들이

보입니다. 이빨, 날개, 머리, 꼬리...

너무 오래된 일이어서 아무도 볼 수 없었던 사실들이지만

하나씩 둘씩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이

그런 방식을 통해 그 거대한 형체가 완성된 것입니다.

한편 바닷 속 깊이 해저라고 불리는 가장 깊은 땅속으로도

인간은 신비의 여행을 떠날 수가 있습니다.

초음파 탐지기, 음파 측심기 그러한 것들은 우리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레이다로 잡아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미경, 특수 카메라, 레이다, 망원경, 초음파 탐지기, 컴퓨터 등 이러한 것들은 결코 인간의 신체 기관이 직접 보거나 느낄 수는 없지만 엄연히 존재해 있는 사실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인간의 손으로 만들어 낸 도구들입니다. 이 도구들은 처음엔 인간의 보조기구로서 만들어졌지만 시간이 갈수록 인간의 감각기관을 훨씬 더 능가하는 그러한 능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종이 위에 우리가 연필로 선 하나를 똑바로 그엇다고 가정합시다.

우리의 눈은 이것이 직선이라고 말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이것은 직선이 아니라 수없이 흔들리고 있는 구불구불한 한없이 불안한 상태의 곡선에 불과합니다. 과학은 이처럼 도구들을 많이 필요로 하는 분야입니다.

아직 우리의 학습능력에 따라 이러한 도구들의 사용은 제한되어 있는 것이 더 많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연구하는 주제에 따라 그 대상에 따라 감지도구라든가, 측정도구라든가 모의실험도구 같은 그때그때 필요한 도구를 알맞게 사용할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우리는 사실을 보기 위하여 일차적으로 우리의 오관 즉, 눈, 코, 입, 귀 등이 느끼고 감지하는 모든 것들을 이용하지만, 그러나 인간의 해결할 수 없는 그 밖의 일들은 이러한 기구들의 도움을 받아 자세히 관찰해보는 것 바로 그것이 사실대로 보는 관찰의 첫번째 조건입니다.